안녕. 어느덧 해가 저물고 밤이 찾아오고 있네.
너는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냈을 지.
내가 '화양연화'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건 아마도 약 20여년 전이야.
당시 좋아했던 한 가수의 유명곡의 부제가 화양연화였거든.
다만 그때는 워낙 어려서인지, 뜻을 알아볼 생각이 없었던지라 그냥 넘어갔던 기억이야.
시간이 흘러 매우 유명한 배우들이 출연한 유명한 영화 제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국내영화 말고는 딱히 관심이 없던 나로서는 그냥 또 '그런 영화가 있나보다...' 했지.
어느덧 나는 제법 어른이 되었고 나름의 영화 취향이라는 것을 갖게 되었어.
그리곤 '사랑에도 유통기한을 꼭 적어야 한다면, 내 사랑의 유통기한은 만년으로 하고 싶다'라는
대사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중경삼림>을 시작으로 홍콩영화들을 시간 날 때마다 보기 시작했지.
그러다 얼마 전 보게 된 게 바로 <화양연화>야.
사실 포스터를 보면서 상상했던, 또한 왜인지 어렴풋이 머릿 속에 있었던 줄거리와는
영화의 전개가 너무 달라서 놀랐어.
제법 자극적이고 뻔한 불륜 영화를 상상하며 보았는데,
상당히 절제된 스토리와 연출에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또 하나의 놀라운 점은 엄청난 영상미야.
'리마스터링' 버젼의 힘이 얼마나 될 지는 모르지만 보는 내내 비주얼에 압도되는 느낌이었지.
왕가위 감독의 연출력에다가 양조위와 장만옥의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빠져들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연기력까지.
정말이지 웰메이드 영화를 오랜만에 보게 되었어.
대사도 그리 많지 않았고, 영화가 굳이 많은 말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럼으로 인해 그 여백을 관객의 많은 생각으로 채우도록 만드는 영화야.
아마, 이 글을 여기까지 읽은 너라면 역시나 좋아할 것 같아.
넷플릭스를 비롯한 다양한 OTT에서 볼 수 있으니, 생각나면 한 번 보길 추천할게.
비가 온다. 날도 갑자기 추워지고.
건강 챙기길 바랄게.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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